3년차 MZ 직장인의 몽골 여행기(3) - 1일차 - 일출~일몰~은하수까지, 어기호수, 사막, 몽골
안녕하세요 안나입니다! 오늘은 5박 6일 일정중 (아직도?) 1일차 후기를 쓰고자 합니다. 저는 새벽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는데요,
그니까 이게 ,, 과거의 저는 룰루랄라 이동 예정이였는데
회사 워크샵이 그 날 잡혀버리는 바람에 워크샵 갔다가 > 편도 3시간 20분 걸려서 인천공항가는 극악의 스케줄이 되어버렸읍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님, 그냥 운이 안좋았음)
그래서 엄청 피곤한채로 비행기를 탔지만 너무 좁고 오래된 항공기라서 잠도 잘 못잤음 ㅠ 진짜 제일 꼬질꼬질한 상태로 몽골 공항 도착
그렇게 처음 마주한 내 친구 푸르공. 낭만 뒤지지 않습니까?
그렇게 새벽비행기로 도착해서 7~8시간을 이동해야하는 코스였습니다. 사람들끼리는 어색하고.. 워크샵 다녀와서 개 꼬질꼬질한 나는 씻고싶고,, 비행기는 좁아서 못 잤고,, 푸르공은 낭만은 가득하지만 배틀그라운드 뺨치는 승차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고 낭만이 우선이라면 추천, 체력이 좋지 않고 편하게 가고싶다면 스타렉스 추천.
장점 : 사진 이쁘게 나옴
저기 아주 활발한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유유히,,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제 남자친구는 겉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몰래 제가 지시해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푸르공샷(?) 붐이 일어나서 길거리에서 열심히 (거의 40분동안) 차 세우고 찰칵찰칵 📸
제가 여행한 고비스타트래블은 이런점이 좋았어요! 스케줄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발에 닿으면 닿는대로, 사람들이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유동적으로 또 쉬어가면서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절해주셨거든요! 이거 패키지 여행 하면서 진짜 없는 부분이라 너무 좋았음
근데 몽골 특성상 그냥 힘들긴 했습니다. 스케줄 진짜 널널한데 왜이렇게 못 쉰 기분이 드는지. ㅎ ㅋㅋ
그렇게 처음 마주한 몽골의 슈퍼마켓
6년만의 해외여행이라 처음(?) 맛보는 외국과자를 기대할 무렵,, 급작스레 마주한 초코파이들
진짜 적잖이 당황했지만 가이드님 오피셜 '한국에서 보기 힘든 한국 수출음식이 많다'라고 하심.
가만 생각하니.. 저 맛 다 한국에서는 한정판으로 패키지디자인해서 더 비싸게 나오는것이 아니던가?! 역시 마케팅의 힘이란.. 이런곳에서도 마케팅 생각하는 나란..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게 동이 트고 처음 보게 된 이색적인 풍경!
소랑 양, 그리고 그 블랙야크할때 야크, 온갖 가축과 동물들이 길에 걸어다닌다!
솔직히 이정도 기대하고 오진 않았는데 너무 생경한 환경이고 마치 내가 에버랜드 사파리 안에 구경꾼이 된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게다가 얘네가 서울 사람들보다 신호도 더 잘 지키는것 같습니다. 물론 길거리에 대놓소 당당하게 있지만 그래도 스윽 비켜주는게 1호선보다 매너가 좋았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어기호수! 가이드님께 바다는 없냐고 여쭤보니 어기호수가 가장 크다고 했던 것 같다. 역시 물이 귀한 나라.
그래서 그런지 물이 더 가치있게 느껴지고, 더 힘들게 도착해서 그런지 좋았습니다.
제가 갔을때는 5월 초라 겨울의 동막해변처럼 딱 살얼음과 바다같은 강물의 윤슬이 촤르르 나를 반겨주었고, 저는 이 이쁨을 일단 뒤로하고 (근 48시간동안 꼬질이인) 내 몸의 목욕재개를 진행했습니다.
그러고 필름카메라 들고 삭 ~ 산책 나와서 몽골 향기가 가득한 첫 식사를 마치고,(난 JMT였음) 꽁꽁 얼어붙은 한강위로 고양이가..걸어다니는게 아닌 얼어붙은 내 몸을 따뜻한 티 한잔으로 녹이니 하루아침에 내가 여기 어떻게 왔는지 문득 생경한 마음이 들더라.
그리고 놀랍게도 저때가 오후 7~8시였는데, 몽골은 해가 늦게진다고 한다. 그래서 유난히 하루가 더 길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푸르공으로 단디 챙겨입고 모이라는 연락 한통과 함께 멀지 않은 어느 사막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보게된, 하와이의 선셋비치에서보다 더 황홀했던 지평선의 일몰.
처음 보는 수평선이 아닌 지평선에 지는 일몰. 눈에 걸리는 거 하나 없이 장엄하던, 황혼으로 가득찬, 맑은 하늘에 약간 붉지만 또 어여쁘게물들어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하던 그 어느 날.
그래, 내가 이런 쉼을 위해 이 곳에 왔지 깨달은 순간이였다.
'너무 행복하고' 또 '너무 좋다'라는 기억을 느껴본지 언젠지. 나같이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도 행복이라는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그런 황홀함에 가득찼습니다.
한번 오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이런저런 핑계로 더 젊고 이쁜날 못왔는지. 아 물론 이런말을 하는 지금도 더 없이 이쁘고 아름다운 날들이지만, 매몰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던 나에게 참 일찍 경험하지 못해 안타깝게 느껴진 시간이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몽골여행을 결심한 이유, 내가 몽골에 온 이유. 바로 쏟아지는듯한 별을 눈에 담는것.
솔직히 말해서 은하수는 기대하지 않고 갔다. 육안으로 보면 안보인다는 말이 너무 많아서..
피곤한 몸을 뉘여 꿀잠을 선사하다가 은하수 촬영 세팅하러 간단 말을 듣고, 나도 찍어야지 하며 벌떡 같이 가겠다며 뛰쳐나갔다.
그런데.. 정말 평생 잊지 못할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쏟아지는 별. 우리는 무언가를 표현할때 엄청나게 많은걸 쏟아진다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 그 표현이 딱 맞는듯한.
정말 별똥별이 떨어지는게 눈에 보이고, 수도권 중에서 별이 가장 잘보인다 단언하는 우리동네에서 남자친구랑 매일 맑은날을 기다리며 별자리를 추론하며 열심히 눈으로 쫓던 추억이 무색할 만큼.
반짝이고 아름다운, 눈으로 셀 수 없는, 그렇지만 눈으로 밖에 담을 수 없고 내가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가 없어 나의 무지를 탓하는. 그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한낱 미물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께서는 평생의 소원, 또는 무운을 달성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솔직히 저는 은하수, 쏟아지는 별이 그 중 하나였고 그 실제를 마주하니 정말 울컥했습니다. 실제로 일행분께서는 우시기도 했고요.
저는 그 울컥한 마음만을 계속 가진채, 정말 5월이라곤 믿기지 않는 추운 날씨를 견디며 그 시간을 평생 잊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동행한 비크트래블의 여행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정말 황홀경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란, 어쩌면 도원경에 가까운. 정말 이쁜 풍경을 보고 나니 갑자기 옹알이를 하던 아이가 입이 뚫려 막 고급언어를 내뱉는듯한 그런 낯선 감정이 가득한 풍경.
정말 내가 아는 형용사를 다 써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내 27(8)인생에 어쩌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였다. 평창에서 본 별이 기억에 남아 남자친구랑 첫 데이트때의 플라레타리움에서 봤던 별들을 보고 별을 좋아했고, 별이 가득한 곳을 꿈꾸며 천문대를 알아봤지만 막상 실행력이 없어 보지 못했는데 내 실행력으로 지금 이 황홀경이 가득찬 풍경에 와있다니. 정말 즐거웠다.
동시에 엄청 추웠다. 하지만 추운만큼 하늘이 맑다고 믿는 나로서는 그 마저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만약 몽골여행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에는 2일차 - 한국인 국룰코스, 쳉헤르 온천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20000!